나의 이야기

아들, 그리고 아내

봄봄9 2010. 9. 21. 10:06


아들놈이 집 떠나 학교 기숙사에 갔습니다.
제놈이야 지 하고 싶은 영화 공부한다고 좋겠지만,
어미는 혼자 멀리 간 아들이 안돼 보이는 모양입니다.
저는.... 올 초 몸 담고 있는 직장의 명에 따라
동해안 경치 좋은 곳에 홀로 와서 홀아비 생활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밥을 해 먹으려고 쌀을 2인분
전기 밥솥에 넣고 물을 부어 스위치를 올립니다.
그 순간 , 니롱니롱 니롱....
전화가 웁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여기 이동네서 홀아비 노릇하고 있는 친구넘입니다.
"머 하냐? 간단히 저녁이나 먹자!"
마다할 이유 없는 전화지요.
스위치 올린 밥솥 얼른 원위치 하고 나갔습니다.
저녁 잘 먹고 반주 한잔 걸치고 돌아왔습니다.

마눌한테 저녁 점호 전화 합니다.
"..... 그런데, 밥 올렸다가 끄고 간다구 했는데 보온으로 돼 있는데?
쌀은 뜨뜻해졌구... 이거 낼 아침 , 걍 밥해두 돼?
2인분은 낼 아침 다 먹을수 있을까?"
나는 밥이나 반찬 남겨서 버리는걸 끔찍히 싫어해서
먹을 만큼만 해 먹습니다.
사실은 남는 음식 설거지하거나 음식 쓰레기 처리하기가 끔찍해서지만.
마눌이 말합니다.
"남는 밥 얼렸다가 전자렌지에 녹여 먹으면 새 밥 맛인데.."
"전자 렌지 없는데."
"하나 사서.."
"비싼걸 별로 쓰지도 않을텐데 뭐하러 사나?"
"당신 쓰다가 아들 주면 되지"
"학생놈이 무슨 전자 렌지! "
이쯤 돼서 마눌이 열을 냅니다.

요즘 학생들 갖출 것 다 갖춘다느니,

당신 기준에 맞춰서 당신 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라지 말라느니...

그러다가 또 다른 온도로 열을 냅니다.
애비는 아까워서 요것도 못하고 조것도 못하는데
애들은 지하고 싶은대로 분수에 넘게 다하고,,, 이게 뭐야?

...그런데, 요즘 애들 다 그렇게 낭비하고 학생 분수 모르고 산다 해도
나까지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내야 어미 입장에서 제 자식 잘해 주고 싶고
또, 아내 입장에서 제 남편 궁상떨지 않길 바라는 걸 뭐라 말리겠습니까?

애들이야 이것 저것 모르고 지나겠지만.
우리 40대, 예전 우리 클 때 생각해서 이것 저것 참고
지금 애들 생활하는거 보면
여기도 저기도 맘에 안들고....
그렇다고 우리네 생각대로 강요하지 못하고
그런 남편이 안타까운 아내, 누가 그 속을 몰라서 열 내든가요?

그래도 우리는 사회의 허리니까,
허리는 쉽게 휘어서는 안되지 하는 맘으로
오늘도 소주 먹은 속 냉수 한잔으로 달래고 잠들렵니다.
이라크 전쟁은 어떻게 돼가나......

경포, 달 없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