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키나발루 산행기(2012.9.5~9.9.)

봄봄9 2012. 9. 12. 06:35

코타키나발루 공항 인근의 리조트'넥서스'에서 기상한 시각은 2012.9.6.06:00, 뷔페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07시에 숙소를 떠났다 .

키나발루 산 들머리까지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걸린다고 한다.

길은 포장이 된 길이었지만  고원지대로 가는 산길이라 구불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산으로 가던 중 주유소에서 승합차에 기름을 넣는데 시내에서 보던 주유소와 달리 초롱의 기름을 붓는다.

멀리 구름에 덮여있던 키나발루 산이 잠깐 위용을 들어냈다가 이내 구름속으로 자취를 숨긴다.

키나발루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09:15. 공원은 해발f 1563.8m지점이다.

마운틴 가이드를 배정받고 도시락을 받는다.

가이드는 입산객 6명당 1명, 우리는 8명이므로 2명이 배정되었다.

한국인 가이드는 중간 숙소인 산장까지 함께가고 현지인 마운틴 가이드는 정상까지 함께 간다.

 

선두 가이드의 이름은 '니잠'39세, 후미 가이드의 이름은 '아똥'40세이다.

공원 입장료는 15링깃,입산료 100링깃, 가이드 1인 100링깃인데 ,환율은 100링깃이 35달러이다.

짐이 많은 일행이 짐을 포터에게 맡겼는데 비용은 1kg당 6,000원 한다.

포터는 별도로 사람이 붙지 않고 후미가이드인 아똥이 겸했다.

아똥으로서는 가이드 수입과 별도로 가외 수입인 셈이다.

 

산행 코스는 팀폰게이트를 기점으로하는 서미트 트레일과 매실라우게이트를 기점으로하는 매실라우 트레일이 있는데 우리는 팀폰게이트에서 출발하였다.

팀폰게이트에서 출발하는 서미트트레일 코스가 2km 짧고 주 등산로라고 한다.

팀폰 게이트는 공원관리소에서 자동차로 10분정도 거리였다.

등록을 한 표찰을 목에 걸고 해발 1866.9m에 있는  팀폰게이트를 출발하니 09시 30분이다.

게이트 통과후 100미터도 안되어 다시 체크 포인트가 있는데 여기서  입장객 이름을 확인하고 서명을 하니 철문을 열어준다.

산행의 시작이다.

 

 

 

 

 

 

게이트부터 오늘밤 잠 잘 산장까지는  6km,

6km정도야 뭐 어렵겠나, 잠깐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리막길을 5분 정도 걸었나, 칼슨 폭포가 맞이한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키나발루 산에서 처음 맞는 산의 모습이다.

이후로는 업다운 없이 오르막뿐이다.

산장까지는 500m간격으로 거리및 고도표지가 있고,대략 1km마다 pondok이라는 쉼터가 있다.

쉼터에는 식수대와 화장실이 있다.

물은 키나발루 산 상부에서 취수하여 내려보내는 것으로 차고 물맛도 좋았다.

 

 

게이트에서 1.5km,고도 2164m지점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구름이 지나기 때문에 내리는 비란다.

우의를 입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우의보다 우산이 효율적이겠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꽃(네펜도스필로사)이 길옆에 하나 보인다.

벌레 잡는 꽃이라고해서 커다란 꽃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손가락만한 꽃이다. 

저 꽃 주머니에 물이 반 쯤 차 있을 때 곤충이 빠지면 못나오고 죽는데, 꽃의 식물은  그 곤충을 영양분으로 흡수한다.

 

우리는 즐기러 산행을 하지만 산이 고단한 삶의 터전인 사람들, 포터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간다.

쌀 25kg을 지고 올라가는 사람을 보았는데, 가이드 니잠의 말로는 50kg까지 지고 간다고 한다.

가이드 니잠은 70kg의 사람을 안고 산장에서 2시간만에  내려온 적도 있다고 한다.

믿어야하나......엄청난 이야기였다.

그 사람 여자였지?하니 웃는다. 니잠은 우의 없이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 니잠은 1남3녀의 아버지 막내딸이 세살이란다(아래 사진 오른 쪽이 니잠).

하산 할 때 남은 연양갱이랑 쵸코렛을 딸 주라고 모두 주었다.

 

길은 끊임없이 오르막 뿐인데 길옆은 정글뿐이고 조망은 없다.

힘이 들어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고 배도 슬슬 고파온다.

 3km지점 해발 2455m에 있는 쉼터 pondok lowii에서 점심을 먹는다.

 

 

 

도시락은 조그만 사과 하나,꼬마 바나나 둘, 삶은 달걀 둘 ,샌드위치 빵이다.

빵은 정말 맛이 없어  한조각 겨우먹고 말았다.

쥐처럼 생긴 스퀘럴이라는 놈들이 음식물 부스러기를 얻어먹으러 사람들 옆을 바삐 돌아다닌다.

이놈들은 현지말로 '똡바이'라고 하는데,  한눈 파는 사이에 배낭도 물어뜯어 못쓰게 만드니 조심하라고 한다.

산길은 갈수록 가파라지고 바닥은 걷기 불편한 돌길이다. 쉬는 시간이 잦아진다.

4km지점에 메실라우에서 오는 길과 합쳐진다.표고는 2745m.

합쳐지는 길옆에 산딸기가 보인다.

길옆의 산딸기는 맛이 시큼하다고 한다. 맛볼까 하다가 따 먹기도 귀찮아 그만뒀다.

 

3001미터 표지가 보일 무렵부터 일행 중에  졸음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걸음을 더욱 늦추고 자주 쉰다.

바람소리인지 물소리인지 들린다. 나중에 확인하니 폭포  물소리였다.

나무들 키가 작아지면서 하늘이 보는데  구름이 많다.발 아래도 구름이다.

5.5km, 3137미터 지점  pondok  paka 쉼터가 있다. 또 쉰다.

물 한모금에 목을 축이고 또간다.

 

 

 

 

'산장 까지 10분' 표지판이 보인다 . 누군가 0을 지웠다 .산장까지 1분이고 싶었나보다.

 

 

 

드디어 라반라타 산장(3272.7미터)에 도착하였다.

산장은 와라스 헛,버링톤 헛,군팅라가단 헛,라반라타 레스트하우스 네개가 있는데 , 라반라타에만 식당이 있고 침대와 온수가 공급된다고 한다.

나머지 '헛'들에서는 침낭속에서 자고 온수가 없으며 밥은 라반라타에 와서 먹는다고 한다.

산장에 온수는 나오지만 샤워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이다.

샤워가 고산증에 안좋다는 이유라는데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샤워는 무슨,몸이 무겁고 귀찮아 고양이 세수만 하고 말았다.

세면장 물은 손 시릴 정도로 차다.

우리에게 배정된 라반라타의 침실은  6인실로 2층침대 3개가 있다.

2층은 높이가 180cm정도인데 난간이 없다.

침대 매트는 좁은데다가 난간이 없으니 뒤척이며 자다가는 떨어지기 십상이다.

 

 

 

 

 

궁리 끝에 매트를 덮고 다시 매트 밑으로  끼운 이불을, 매트 밑으로 끼운 채로  빼지 않고, 그대로 주머니 형태로 만들어 쏙 들어가니 사람 몸이 고정된다.

방에는 화장실 샤워실이 붙어 있고 전기포트가 있어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

고지대라서 기압이 낮아지니 꺼내놓은 건빵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가이드 말이 고지대에 가면 기압 때문에 방귀가 잘 나온다더니, 내 뱃속도 건빵봉지처럼 부풀었는지 붕붕거리고 방귀가 나온다. 

 

5시 10분경 짐 정리를 마치고  침실과 바로 붙어있는 식당으로 가서 뷔페식 저녁식사를 한다.

고산지역에 포터들이 등짐으로 져 올린 식재료라 음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잠자기 전 한 잔 하려고 맥주를 사려고 보니 맥주 한 캔에  24링깃인가하는데 미화로는  12달러 달란다.

그런가보다 하고 두캔을 사고 돈을 주려니 한국인가이드가 20 달러를 자기에게 주면 자기가 링깃화로 지불하겠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환율계산이 잘못되었다. 8.4불이면 될것을 점원이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그걸 알고도 자기가 현지화로 내겠다고하는 가이드도, 참 ,알량하게 남겨 먹는다.

가져온 소주와 매점에서 산 맥주로 쏘맥을 만들어 한잔씩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소산님이 밖에 구름이 걷혀 경치가 볼만하다며 나와 보란다.

서둘러 나가보니 구름걷힌 키나바루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웅장함에 압도된다.

한 눈에 다 안보이고 둘러봐야하는데, 산장에서 이렇게 보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고 이렇게 살짝 살짝 얼굴을 보여준단다.

 

 

 

 

 

6시에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한다.

밤새 빗소리가 시끄럽고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워 여러번 깼다.

 

2012.9.7.02시 일어나서 물을 끓여 컵라면을 하나 먹는다.

식당에는 간단한 야식을 제공하는데 빵, 삶은  달걀 으깬 것 ,국물 없는 검은색 국수가 뷔페식으로 있었는데 이미 라면을 먹었으므로 그 음식을 먹지는 않았다.

산장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도 철문으로 막았는데 이를 열기를 기다린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산장의 온도계는 섭씨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2시 35분경 우의 입고 랜턴불에 의지하여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다.

여기부터는 한국인 가이드는 산장에 남고 현지가이드만 함께하였다.

 

 

한참을 온 것 같은데 6.5km,해발 3426m 표지가 보이니 고작 500미터 왔는데 벌써 숨이 차고 힘들다.

가이드는 로프를  꼭 잡으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자주 쉬면서 또 500미터 전진하니 7키로미터 3653미터란다 .

거리는 500미터인데 고도차는 227미터이니 가파르기가 50~60도는 되는가 보다.

7키로 지점에서 길옆에 주저앉아 또 잠시 쉰다.  비가 그쳤는지 구름을 지나와서 비가 없는지 우의를 벗었다.

머리가 무거워 모자를 벗어 옆에  놓고 쉬었는데 일어설 때 모자를 깜박 잊었다.

머리가 묵직하여 모자를 쓴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여명이 어슴프레 밝아오며 사얏사얏 체크포인트가 보인다.

 

 

 

여기서 표찰을 제시하며  체크하고 다시 오른다. 밧줄은 물에 젖어 밧줄을 잡은 손의 장갑은 흠뻑 젖었고 손이 시렵고 추워진다. 

오리털 파커를 꺼내 입었다.

숨은 턱에 차고 머리는 점점 무겁다. 열 걸음 걷고 잠깐 쉬고 또 열 걸음 걷고 ,그렇게  10분도 못 가서  앉아서 쉰다. 

사진 찍기가 귀찮아지고,겨우 찍은 사진은  나중에 보니 초점이 안맞는게 많았다.

공원에서 8km,해발 3929미터 지점에서 주저앉아 한참을 쉬고 또 간다.

여기부터는 좀 완만한 경사로 얼마간 간다.

그렇게 완만한 경사 끝에 다시 우뚝 솟은  가파른 봉우리 , 드디어 최고봉 로우피크가 눈앞에 올려다 보인다.

 

 

 

로우피크를 정점으로 여러개의 바위봉이 흩어져 있는데,어글리시스터,사우스피크,세인트조인스,빅토리아,당나귀 귀,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조심조심 네발로 기다시피 오르니 정상 표지판이 보인다.

 4095.2.M ,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동남아시아에서 이보다 더 높은 곳이 없다. 

여기가 원주민들이 '영혼의 쉼터',키나바루라고 부르며 신성시하는 곳, 영산 키나바루 산의 정상이다.

2012.9.7.아침  5시50분이다. 산장에서 3시간30분 걸렸다.

 

 

가슴이 벅차고 고산증 어지럼증이 잊혀진다.

정상은 좁은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넘친다.

사람들은 감격의 순간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는데,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저마다 힘들게 올라온 순간을 확실히 인증하려고 좀처럼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싱가폴 젊은이들이 한참을 촬영한 후에야 우리 일행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상에 좀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뒷사람들 눈총에 자리를 비켜주고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면서 비로소 키나바루 산의 풍광을 감상한다. 정상보다 다른 봉우리들이 아름답다.

 정상의옆쪽 계곡은 천애 낭떨어지, 내려다보기만해도 아찔하다.

이제는 내려가야지 아쉬워도 내려가야지하며  뒤돌아보기를 반복하며 내려간다.

 언제 다시 오랴마는 , 그래도 다시 볼날을  꿈꾸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올라갈 때 그리도 힘들더니 내려올때는 머리가 개운하다.

올라갈 때 못 본 꽃도 눈에 띄고 제법 여유가 생긴다.

 

 

 

사얏사얏체크포인트에서 다시 체크를 한다. 이렇게 체크해야 완등 확인증을 컬러로 준단다.(체크를 안하면 흑백으로 주고.)

쉬엄쉬엄 산장으로 내려오니 08시 50분이다.산장부터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6시간 45분 걸렸다.

식당에서 출발 때와 같은 메뉴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데 메뉴도 부실하고 입맛도 없어서 대충 먹는 시늉만 하였다.

다시 짐을 꾸려서 10시에 산장을 떠나 하산을 시작하였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우의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였다.

한국인들이 한 무리 올라온다. 서울서 왔는데 일행이 45명이라나...나는 이제 내려간다만 그들이  까닭없이 걱정된다. 

오늘 스케줄은 하산 뿐이니 급할 게 없이 쉬엄 쉬엄 내려간다.

천천히 천천히 내려가도 다리는 뻐근하고 지쳐갈 무렵  칼슨폭포가  보이니 다 내려왔구나 하는 맘에 반갑다.

출발했던 팀폰게이트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산장부터 4시간이 걸렸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이 비는 구름속의 가는 비가 아니다. 오늘 올라가는 사람들이 다시 걱정된다.

 

 

올라갈 때는 못 보았던 키나바루 산악마라톤 기록판이 보이는데, 어이구 인간도 아닌 것들이다.

남자 우승자 기록이  2ㅣ시간 37분 48초, 여자 우승자 기록도 3시간 41분 20초이다.

더구나 저쪽 공원 사무실부터의 기록이다.

 

 

 

그들의 기록이야 아무려면 어떠리,

우리 일행은  입구에서 산장까지 6시간, 일박하고, 산장에서 정상까지 3시간 반,다시 산장까지 3시간,산장에서 입구까지 4시간, 합이 16시간반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일행이 더 자랑스럽다.

공원 내 '발삼뷔페' 식당에서 소박한 점심을 먹으니 우리의 키나바루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함께한 도미니코님,왕눈이님, 소산님 부부와 리틀 소산, 에버그린님과 지웅이 모두 완등을 축하하고,또한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리드하신 소산님 고맙습니다.

후원해주신 와라바라 창포 회장님 ,응원해주신 모든 와바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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