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여행기(2010.9.8.~9.11)

[스크랩] 삼청산,황산에서 신선이 되어 노닐다.( 사진 없는 여행기)

봄봄9 2010. 9. 20. 22:18

1. 첫째 날 2010. 9. 8.

 

일년을 벼르던 와라바라의  황산 등산을 드디어 실행했다. 

07시 45분 우리 소아과 앞에서 와라바라 산행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08:20  경춘고속도로 가평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아침 거른 사람은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총무님이 소주,  스포츠음료, 간식용 과자 쵸코렛을 분배한다.

09:10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짐 부치고 손가방 하나 들고 검색대를 통과하니 11시다.

 

13:15발 K9817호 비행기 티켓에는 도착지가 TUNXI라고 적혀 있다.

이걸 어떻게 읽지?

텅시? 퉁지? 툰지?.... 공항 직원이 툰지라고 가르쳐 준다.

분명, 안내 불판은 황산, 黃山,hwangsan.으로 뜨는데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인천을 떠난 비행기가 1시간쯤 날아가고 있을 때 기내식이 나오고 , 내려다보이는  아래에 섬이 보인다.

저기가 어딜까 궁금하여  기내식 주는 승무원에게 물으니,

"죄송합니다. 한국말 잘 모릅니다."

하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그녀 가슴에는 중국국기를 새긴 명찰이 달려 있다.

 

기내식은 비행거리가 짧아서인지 밥 조금,깐 새우 볶음,채소 조금, 빵 어린애 주먹 반만한 것,떡 두 쪽..부실하다.

이럴거면 차라리 기내식을 주지말고 항공료를 깎아주지.

 

한참 더 날아가다 내려다보니 항구가 보인다.

아마 상해인듯 한데, 주변 바다색이 황토색이어서 먼 바다의 푸른 색과 확연히 구별된다.

그  탁한 황토색 바다로 송사리떼 몰리듯 수많은 배들이 오간다.

 

현지 시각 오후3시 20분,  비행기가 가볍게 내려앉은 공항에는

우리가 타고간 비행기외에 아시아나항공사 비행기가 한 대 있을 뿐이다.

시골 한적한 간이역, 이를테면 경춘선 백양리역 같이 한적한 공항의 이름은 둔계(屯溪), 현지인은 툰지라고 읽는단다.

비행기에서 나오니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덮는다.

오늘 기온은 35도라고 한다.

입국 수속은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느릿느릿 진행된다.

 

입국장을 나와 버스에 타니 현지가이드가 자기 소개를 한다.

윤 송(尹 松)이라는 청년으로 연변에 살며 교포 3세란다.

몇년 전 할아버지 고향인 청주에도 한 번 다녀 갔다고한다.

운전수는 양씨이므로 양 따거라고 부르란다.

따거(大兄)라는 호칭은 예전에는 존칭이었다는데 요즘은 미스터 쯤 되나보다.

그런데 .한번도  운전기사를 부를 일은 없었다.

가이드는 버스의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에는 앉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고나면 보험이 안된다나...

 

오후4시10분경 첫번째 일정인 잠구민택에 들렀다.

예전에 돈 깨나 있던 사람들 살던 마을이라는데 우리로 치면 한옥마을 구경하는 정도였다.

입장료를 내고까지  볼만한 것은 아니겠는데 매표소가 있다.

40여분 둘러보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더위에 지친 일행을 위해 가이드가 생수를 사왔는데 500미리 1병에 2위안이란다.

 

호텔로 가는 길 옆에 보이는 2~3층짜리 민가들은 모양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흰색으로  회칠한 벽에  지붕은 검은 기와를 얹은 집인데 빈집인듯한 집도 많다.

황산은 문방사우의 고장이라서 집의 흰 벽은 종이를 뜻하고 검은 기와는 벼루를 뜻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지만,

웬지 억지로 갖다붙인 해석 같다.

저 집들의 1층은 일반 생활공간으로는  안 쓰고 창고따위로 쓴다고 한다.

이 지역이 습도가 높아 1층에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호텔로 가는 도로는 포장도로이긴 하지만 덜컹대기가 비포장도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저녁 식사는 황산호원대주점에서 중국식으로 했다.

식단은 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백숙,푸슬푸슬한 안남미 밥,미역 무침,목이버섯 무침,생양파(껍질이 보랏빛이었다),

오리고기,뭔지 모를 국,............부실하다.

일행들 가방에서 소주,고추장,김,장아찌,컵라면들이 나온다.

쉽게 고치지 못하고,남의 나라 음식에 쉽게 적응 못하는 우리네 입맛이다.

 

8시 반,식사를 마치고 다시 삼청산을 향하여 버스에 오른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탄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 세면대에 물이 안나온다.

매점도 있지만 불도 꺼져있고 부근에 직원이 있는데도 도무지 판매할 의사가 없다.

일과시간이 끝나서인가 모르겠다.

 

가이드는 이곳은 시골이라서 식사와 숙소가  열악하니 맘에 안들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한다.

과연 열악한 숙식이 시골이라는 이유 뿐일까.

내가 낸 돈 중 왕복 항공료 빼고 나머지로 숙식하려면 어느 정도가 합당한가...

88만원 내고 여기서 더 좋은 호텔에 자고 더 잘 먹으려는 게 욕심은 아닌가...

 

밤 열시 반경 삼청산 자락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이름이 삼청산천당국제대반점(三淸山天堂大飯店)이다.

천당이라니! 나는 오늘 죽지 않고도 천당에 온 것이다.

호텔 로비에는 커다란 달마 상을 비롯한 조각 공예품이 많이 전시돼 있다.

호텔은 중국 기준 별 4개로 그런대로 괜찮은데,냉장고가 없다.

내일 마실 물을 얼리려 했는데 냉장고가 없다니!

화장실에 생수 두 병 있는데 ,이 것은 공짜란다.

객실에 녹차와 물 끓이는 주전자가 있는데 이것도 무료니까,  때 녹차를 끓여서 병에 담아서 산에 가지고 다니면 좋다고 가이드가 가르쳐준다.

천당에서 몸을 누인다.

 

 

2.둘째 날 2010.9.9.

 

모닝콜은 06:00에 울리기로 돼 있지만  05:00경 잠에서 깼다.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잠을 계속 잘 수가 없었다.

거 참, 천당에 개도 짖고 닭도  우니, 이승과 별반 다르지 않네.

 

06:50부터 07:30까지는 아침 식사시간,  허술한 뷔페식 중국음식이다.

쌀국수 먹고 밥 먹었는데 다른 음식은 뭘 먹었는지 기억에 없다.

우유는 분유인 듯 했고 오렌지 주스는 맹물 같아서  마시다 말았다.

무엇보다 냉수가 없다.따뜻한 녹차를 마시란다, 이 더운 날에!

밥 먹기 전 후 냉수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 나는 고역이었다.

 

07:30버스를 타고 삼청산으로 가는데,  앉자마자 바로  삼청산 입구라고 내리란다.

버스를 안타도 되는 거리였는데  걸어서 3분정도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10여분 올라간다.

케이블카 밑으로  보이는 산에 한 줄기 계단길이 보인다.

케이블카가 놓이기  이전에 다니던 길인가 본데 나로서는 도저히 자신없는 길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트레킹이 시작되는 잔도(棧道)와 계단길이 시작된다.

 

삼청산은  옥경봉,옥화봉,옥허봉  세봉우리가 도교의  세 도인이 앉은 모습과 같다고해서 붙은 이름이라고한다.

삼청산은 옥경봉이 해발 1,819미터로 최고봉이고 2008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산은 동해안 풍경구, 서해안 풍경구 ,남청원 풍경구로 구분한다.

바닷가도 아닌데 동해안 서해안 하는 것은 운해를 바다로 보고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내리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상쾌하다 .

때로는 운무에 휩싸이며 때로는 볕도 보며 잔도 따라 걷고 또 걷고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산세는 험하지만 아름답고, 기암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며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걷기 시작해서 얼마 안가서 삼청산의 상징처럼 된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코브라바위가 보이고

봉긋한 두개의 봉우리에 꼭지까지 갖춘  여인네 젖무덤을 꼭닮은 바위도 있고,

스님이 쉬~하는 형상의 바위도 있는데.....성기모양과 흡사한 그 바위을 보고는 누군가 '와~자연산이다!'하고 외친다.

중국인들이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이름이야 아무려면 어떠랴!

그냥 보고 느끼고, 아니면 그냥 무상 무념으로 보고 서 있어 나를 잊는다.

잔도는 밑을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어찔어찔하다.

잔도 한 쪽에 바닥을 유리로 하여 사진 찍는 곳을 만들었는데 다들 꺄악 꺄악 소리지르면서도 줄을 선다.

출렁다리도 한 군데 있어 장난끼 많은 산행대장을 즐겁게한다.

무서우면 돌아가는 길도 있건만,꺅꺅 소리지르면서도 대장이 흔드는 출렁다리를 건넌다.

 

중간 중간에 마실것 먹을 것 파는 상점이 있어  냉수를 살 수 있었는데

500미리 한 병에 10위안 또는 2,000원을 받는다.

운이 좋으면 꽁꽁 언 물도  같은 값에 살 수 있다.

그런 줄 알았으면 기본으로 한 병만 지고 올걸 괜히 배낭 가득 물을 지고 왔다.

 

가끔 대나무를 잘라 만든  작대기 양 끝에 짐을 매달아 메고 가는 짐꾼도 만나고

가마꾼도 만난다.

가마는 메고가는 가마꾼도 물론 힘들어 보이지만 승객도 그리 편해 보이진 않는다.

 

산길에는 단체 모자를 쓴 중국인들로 넘쳐나는데 모두 평상복에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있다.

남자들은 대개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담아 들고 있고 ,여자들은 맨손이거나 카메라만 들었다.

치마에 구두 신은 여자도 있었다!

배낭메고 멋진 모자 쓰고 썬그라스에 등산복 갖춰 입고 등산화 신고 스틱 짚었으면 한국인이다.

 

중간 중간 있는 매점 마당에는 빨래가 널려있는데,여성용 빨간팬티도 당당하게 한자리 하고 있다.

휴게소  매점 부근에서 쉬면서 귀하디 귀한 초록색 병에 든 소주를 한잔씩 나누니 이게 감로주다.

 

일정을 염려한 가이드는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일행을 달래서 하산을 재촉한다.

신선들과 함께 노닐던 삼청산을 뒤로하고 케이블카로 순식간에  속세 지상으로 내려오니 2시반이다.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황산시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저녁은 한식당에서 삼겹살을 굽는데 ,삼겹살이야 허름해도 하룻만에 보는 한식이라 모두들 반긴다.

식당 테이블마다 한국인 뿐인데 왁자지껄 시끄럽기가 중국인 흉본게 무색하다.

식후 식당 옆 짝퉁가게에 들러 구경하고 스카프 하나 샀다.

 

이어서 여행비에 비용이 포함됐다는 발마사지에 갔는데 5달러 팁을내고 지친 발을 호강시켰다.

3만원 더주는 '황제마사지'로 전신 마사지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나중에 물어 보니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황제는 무슨, 그냥 발마사지만 못하다고 한다.

정말인가, 발마사지만 한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해서 그런가는 모르겠다.

 

숙소인 화산빈관에 짐을 풀고 나가서 청나라시절 만들었다는 청대거리를 볼사람은 나오라는데

피곤하여 사양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대에 만든 거리를 복원한 모조 거리란다, 안가길 잘 한 것인지..

호텔에는 작은 냉장고가 있는데 냉동은 안된다.

도교의 도사들과 다시 노니는 꿈을 청하며 누우니 둘째 날이 훌쩍 지나간다.

 

3.셋째 날 2010.9.10.

 

05:30 모닝콜이 울려 일어난다.

호텔 창 밖으로 보이는 신안강에 거룻배 한 척이 떠 있어 어부가  주낚을 걷는지 그물을 걷는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오늘은 산위에서 자니까 배낭에 일박할 짐을 꾸려야한다.

큰 짐은 남기고 배낭에는 꼭 필요한 짐과 물은 두병만 넣어 무게를 줄이는데,그래도 소주는 한병 넣는다.

아침 먹고 7시 15분 황산으로 떠나는데  황산시의 오늘 날씨는 맑고 기온은  35도이지만 산위의 날씨는 아무도 모른단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신안강 강가에 아낙들이 빨래를 한다.

옛날에는 이 강이 항주까지 가는 주요 교통로였다는데 지금은 수량이 줄어 물길로서 역할이 없다고 한다.

강의 수량이 줄어드는 추세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나 보다.

 

8시20분 황산 큰 주차장에 도착하여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양의 창자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15분 쯤가서

 다시 도보로 500여미터를 올라가니 황산 입구 자광각이다.

입구부터 인파로 넘실댄다.

안내원 깃발따라 안 무리씩 웃고 떠들며  다니는 중국인들은 어제 삼청산에서 보았던  그 차림새들이다.

 매표소까지 수십미터되는 계단이 있는데,사람 많은 날에는   심할 경우 이 계단에서 4시간반을 기다려 표를 산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9시 55분경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는 8인승으로 10분정도 탄다.

케이블카에서 보는 경치에서부터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으로 황산여행은 시작된다.

황산은 1990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및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데 ,문화는 어느 부분일까.

케이블카를 내려서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오가는 사람은 인파를 이뤄 저잣거리가 무색하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장마철 비오기 전 개미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것 같다.

시간도 잊고 선경에 취해, 또한 인파에 떠밀려 가다보니 연화봉 입구 휴게소다.

 

연화봉은 휴게소에서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로 1시간 걸린다고 한다.

다리가 아파 못가겠다고하는 아내에게 배낭 벗어 맡길 사람은 맡기고 그냥 지고가는 사람은 그냥 지고가며 연화봉을 오른다.

연화봉은 화산 최고봉으로 해발 1864.8미터라고 비에 적혀있다.

인파에 묻혀 사진 찍기가 버겁다.

연화봉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되돌아오니 아내가 졸고 있다.

또다시 길을 재촉하여 기암과 절벽사이로 취한듯 걷다보니 어느덧 천해호텔이  보인다.

산중에 호텔이 있는데 호텔에 이르는  차도는 없다.

모든 짐은 지고 올라온다는 얘기다.

 

사진 찍고 포즈 취하기 여념이 없는데 서툰 한국말로 '짐이요 짐! 짐!' 한다.

돌아보니 가마꾼이 사람을 태우고 헐레벌떡 지나간다.

그렇구나, 저기 타면 사람이 짐이 되는구나.

 

천해호텔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다.

모처럼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맛도 좋다.

수퍼마켓에서(조그만 구멍가게에 수퍼마켓이라고 써 놨다) 생수 두병을  5위안씩에 샀는데

가게 입구 냉장고에 찬물이 있는 걸 못보고 안에서 차지 않은것을 사고 말았다.

 

호텔부터는 내리막길인데 서해 대협곡 방향으로 접어드니 그 많던 인파가 한 순간에 안보인다.

이쪽 길은 험하고 힘들어 중국인들이 잘 안가는 모양이다.

돌을 깎아 계단을 만든 길에 놀라고 허공에 걸어놓은듯한 잔도에 감탄하고 선경에 눈을 의심하며  가다보니 보선교에 다다른다.

짧은 인공 굴을 지나니 까마득한 절벽사이에 인공다리를 걸쳐놓았는데 감히 내려다보기가 겁난다.

사방에 펼쳐진 선경에 취해 내가 신선이 된듯, 나비가 된듯 몽롱해진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황산 날씨는 아무도 모른다더니 그 좋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여 비를 뿌린다.

지나가는 비려니 하고 인공 석굴에서  기다리다가 30여분 시간을 버리고 나서야 우비를 입고 출발한다.

 

서해 대협곡은 인공으로 뚫어놓은 바위굴 부터 시작한다.

굴을 빠쪄나가니 까마득한 절벽에 걸어놓은 잔도가 이어진다.

머리들어 경치 한번 보고 머리 숙여 발밑을 확인하고 그렇게 걷는다.

비는 곧 그쳤는데   비 온 뒤라서 운해가 피어올라 몽환적 분위기를 더한다.

자꾸 내려가기를 거듭하는데, 이는 그만큼 올라가야함을 뜻하는 것인지라 은근히 불안하다.

 

허공을 딛고 내려오기를 1,500여미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젠 경치에 동화되어 감탄할 새도 없이 산과 내가  하나가 된다.

나는 산 속에 잦아들어  산 길의 한 톨 돌멩이가 된다.

오르막 길은 수직에 가깝게 가파라서 앞 사람 엉덩이가 내 코를 스칠 지경이다.

보이는 풍경이 볼수록 새롭고 ,볼 수록 기이하다.

그런데,다시보면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보다 이 길 ,내가 딛고가는 잔도며 돌계단이 더욱 기이하다.

이 잔도는 무슨 수로 이렇게 허공에 매달았는지 , 그 수고로움은 얼마나 컸을까.

이 길을 허공에 걸고 천애 절벽을  쪼아 돌계단을 놓다가 희생된 넋은 얼마나 되려나.

 

선경에 넋을 놓아 다리아픈 것을 깜박 잊고 있었는데

다리가 피곤함을 새삼 느낄 무렵 또 산중 호텔에 다다랐다.

이곳은 서해호텔이고 우리가 묵을 호텔은 더 가야한다.

여기서 비래석까지 왕복 1시간이라는데 갈 사람과 그냥 여기서 기다린다는 사람이 나뉜다.

안 갈 사람은 바로 호텔로 가자는데 그 거리가 20분이란다.

비래석도 선경이라지만 나는 안간다고  포기하고  호텔조로 합류하는데 비가 쏟아진다.

비래석에 갔다오겠다던 철각들도 모두 포기하고 호텔로 향한다.

호텔가는 길 옆 인공 연못에는  금잉어가 노닌다.

황금색 잉어를 사랑하는 중국인들은 이 높은 산중에까지 잉어를 풀어 놓았구나.

 

비래석을 생략한 덕에 호텔에는 5시에 도착하여 몸을 씻고 밥을 먹어도 될 시간이 되었단다.

아니면 씻기 전에 밥 먹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느리고 느려서  30분이 더  걸린다.

이 곳은 고산지대라서 호텔에 에어컨은 없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하니 피로가 저만치 물러간다.

저녁 식사중에 지고 올라온 소주와 가이드가 사주는 중국술  52도짜리 이과두주를 번갈아 마시니  세상이 모두 내것이다.

밖에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복도 한쪽에 물이 새서 양동이를 받쳐놓은 게 보인다.

발마사지는  이 산중 호텔에도 있어서 3만원 내고 발을 쉬러 간 사람도 있고,

식당에서 마신 술로는 서운한 사람들은 술꾼 방에 모여 무겁게 지고온 소주를 마신다.

방에 돌아와 꿈인듯 지나온 풍경을 되새기며 빗소리를 들으니 눈꺼풀이 천근이다.

 

'오악을 돌아보면 다시 볼 산이 없네

 황산을 올라보니 오악도 눈에 차지 않네'

누구의 시인지는 모르지만  황산을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4. 넷째 날

 

05:22 모닝콜이 울린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은 나오라는 뜻이다.

비 올텐데 뭔 일출, 비 그쳤더라도 구름 있을텐데 뭐..하면서 창 밖을 내다보지도 않고  일출 감상을 포기했다.

 

06:30 아침을 먹고 07:30 호텔을 나선다.

오늘은 걷는 구간이 한 시간도 안된다며 가이드도 일행도 느긋하다.

호텔에서 바로 보이는 뽀족한 바위위에 솟은 소나무가 그 유명한 몽필생화(夢筆生花)란다.

이태백이 꿈에서 자기가 쓰던 붓에서 꽃이 만발하는 것을 보았다 하는데,

이 풍경이 바로 그 붓을 닮았다 한다.

한 그루 소나무를 위하여 이태백의 꿈 속 까지 가서 이름을 빌려온 것이다.

가이드에게 붓의 털에 해당하는 소나무가 죽어서 모조품을 만들어 붙였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으니

모조품은 아니고 이전 소나무와 꼭  닮은 소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라고 대답한다.

 

케이블카까지 짧은 거리에 소나무며 바위에 이름을 각각 붙여 놓았는데

멀리 보이는 협곡과 어울려 보는 이의 탄성을 부른다.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북적이는 것은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올 곳이어서일 것이다.

 

앞에 보이는 시신봉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케이블카를 오르니 하루를 꼬박 올라온 산을 10분만에 내려간다.

우리에게 배정된 셔틀 버스를 찾아 타는데 버스 안에 중국인 청년  네명이  카드게임에 열중이다.

이 청년들 ,서두르는 기색 없이 딴 돈 잃은 돈 계산하고야 내리고

날씨는 더운데 버스에 에어컨은 꺼져있다.

출발하면서 에어컨을 켜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재미있다.

예정보다 기름 소모가 크면  그 차액을 기사가 물어야 하기 때문에 대기 중에는 엔진을 끈다나.

내려가는 길은 역시 구불거리는데 운전은 난폭하기가 짝이 없다.

 

버스에서 졸다보니 황산시의 호텔에 돌아왔는데 10시다.

맡긴 짐을 찾아 다시 꾸리고 남은 술이며  과자는 현지 가이드에게 주었다.

10:30 호텔을 떠나는 버스에서 가이드가 말한다.

'이젠 저를 도와 주셔야 할 시간 입니다.' 

이제부터 갈 쇼핑장소에 매상을 올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버스는 황산 시내를 달리면서 중앙선을 넘나들고 역주행도 마다않는데,보이는 모든 차가 그렇게 운전한다.

 

진주가게에 들렀다.

아름다운 진주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다.

나도 분홍색 진주 목거리 하나 사 아내를 주니 몇년만의 선물인지 모르겠다.

 

진주가게 건물앞에 리어카에 과일을 놓고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일행중 한 사람이 담배 부탁을 한다.

만원에 세갑을 사다주기로 흥정이 되었는데

이 노점상은 담배 사러 뛰어가면서 과일 판이 불안한지  연신 뒤돌아 본다.

헐레벌떡 뛰어갔다온 과일상에게 담배를 받은 이는 또 만원에 8개짜리   석류를 팔아준다.

 

이어서 라텍스 공장에 들렀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라한다.

두께 5센티미터짜리 퀸사이즈 매트를 70만원인가에 샀는데 영수증을 25만원이라고 끊어준다.

 

가이드를 도와줄 곳은 한군데 더 있으니 '동인당'이다.

동인당은 중국 곳곳에 있어 약을 파는 모양이다.

진맥은 공짜고 어깨 안마는  3,000원인데, 안마가 시원하다.

아내를 진맥한 의사(?)가 자꾸 사향을 권한다.

아내가 살 뜻을 안보이자 나를 불러 아내의 증세를 설명하며 사향을 권한다.

아내에게 사향을 안 먹이면 조만간 홀아비가 될듯이 설득하였지만,그 양반 ,쇠 귀에 경 읽었다.

 

쇼핑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하니 출국 시간이 넉넉하다.

출국심사대엔 앳된 군인이 부동자세로 꼼짝하지않고 서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얼마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나  쏘아보았더니 돌아본다.

아무렴,눈총은  받는사람도 느끼게 돼있지. 안돌아보고 배겨?

휘장에 무경(武警)이라고 써있으니 경찰인지도 모르겠는데 현지 가이드는 군인이라고 설명한다.

 

공항의 면세점은 볼 게 없고

화장실은 쪼그려앉는 변기가 있는데 불도 꺼져있는데 바닥에 모기향을 피워놓았다.

 

돌아오는 비행기 밖은 온통 구름이어서 바다도 육지도 보이지 않는다.

집 떠난 나흘간 춘천은 폭우가 내렸다 한다.

우리는 비도 거의 맞지않고 운좋은 산행이었다.

 

입국시 세관에서 라텍스를 산 사람들은 모두 잡혔다.

현지 공장에서 관세 피할 요량으로 300불을 피해  끊어준 25만원짜리 영수증은 무용지물이되었다.

세관 직원이 현지 실사를 했다면서 영수증을 믿지 않고 관세를 매기는데,처음이라서 봐 준다며 18,000원의 관세를 매긴다.

 

대기하는 버스에 짐을 싣고 좌석에 뭄을 누이는 것으로 황산 여정을  끝낸다.

 

함께한 일행들 모두 고맙습니다.

 

 

 

 

 

출처 : 춘천 와라바라산악회
글쓴이 : 개살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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