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이야기

우리동네 수퍼맨

봄봄9 2010. 9. 21. 10:00

 

어느 동네나 두어 군데씩 <슈퍼 마켓>이 있습니다.

 보통은 그 슈퍼 마켓의 규모가 결코 <슈퍼>가 아닌데도, 저마다 슈퍼라는 이름 표를 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개네 미니 슈퍼> 라는 기괴한 이름도 생겨났습니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슈퍼>가 두어곳 있습니다.

흔히 슈퍼마켓 주인을 일러 우스개로 <슈퍼맨>이라고도 부릅니다.

오늘은 우리 동네 슈퍼맨 이야기를 하렵니다.

 

슈퍼마켓의 일은 이문의 많고 적음은 나로서는 알 수 없으나, 하는 일은 새벽부 터 밤 늦게까지 힘든 일의 연속입니다.

주인이 배달까지 겸하면 더욱 힘들겁니다.

 우리 동네의 작은 슈퍼의 홍사장도 바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분입니다.

 홍사장은 골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필드에는 자주 못나갑니다

 엊그제 우리 집앞 호프 집에서 김사장한테 들은 이야깁니다.

 

 .....내가(김사장) 아직 백 서너타에서 백 스무타를 폭 넓게 왕복할 즈음,나와 홍사장, 그리고 두사람 더 팀을 맞추어 강촌c.c.에 갔었다.

 나는 워낙 수준 차이가 나니까 나를 빼고 세사람이 내기를 했다.

아마,3000원에 5000원이 아니었나 싶다.

 세 사람은 내기를 하고 나만 그냥 따라다니면 좀 소외감도 느끼고,재미도 덜하지 만 하수의 설움이 이런거지 뭐 하면서 치는 그런 라운딩이었다.

세사람의 내기는 열기를 더해가고, 나는 오리와 갈매기를 번갈아 그리며 진행중 밸리 2번 파3짜리 홀에 이르렀다.

티 박스에서 내려다보면 왼쪽에 연못이 있고, 오른쪽은 비탈인 초보자가 1 온하기가 결코 쉽지않은 홀이다.

세사람의 공이 모두 온그린되고,마지막으로 내가 친 공이 느낌이 아주 좋다. 공은 똑바로 그린을 향해 날아가서 핀 부근에 떨어졌다.

나는 세상을 다 얻은듯 흥분했다.

하수의 이변에 가까운 굿샷에 모두 환호하고, 홍사장이 격려한다.

 '그래요,잘 치셨어요,이 홀에서 꼭 파 한번 잡아봐요,형!' 서둘러 그린으로 가봤는데,어렵쇼, 공이 3개뿐이다. 둘러보니 공 하나는 그린을 넘어 벙커로 들어가 있다.

뭐 남의 공 벙커 빠진게 무슨 신경 쓸거 있나

, 내것은 그린에 이쁘게 있구먼! 내공이 제일 잘 맞은 것 같았는데, 홀컵에서 젤 가까운 저 공이 내것이렸다!

나는 볼 줄도 모르는 라이를 살피고, 몇 걸음인가 거리도 쟀다.

그런데 홍사장이 옆에 따라다니며 거리도 재고 라이도 본다.

 내가 퍼팅 어드레스를 하려는데, 홍사장이 잠시 옆에 서있더니 벙커로 간다. ...왜 그린에서 따라다니지? 라이 봐 주려나?

 홍사장의 벙커샷이 약간 짧아서 엣지를 겨우 지났고,나는 오늘 처음으로 파를 하나 건졌다.

 배판에서 보기로 돈 잃은 홍사장이 하수의 파에 기분좋게 격려한다.

 '맞아요,형 그렇게 치면 돼요. 나이스 파!' 그 홀의 내가 친 공이 홍사장 공이고 벙커 빠진 공이 내 공이란 사실은 경기가 다 끝나고나서 공을 보고야 알았다.

 그리고 공이 바뀐 사실을 홍사장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다 끝나고야 알았다. ........

 

이 이야기를 듣고 홍사장이 진짜 슈퍼맨으로 보였으며, 어느 재벌 사장 못지않은 큰 사장님으로 보였습니다.

 남을 배려하며 산다는것,더구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남을 배려한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홍사장처럼 할 자신이 없기에 그가 더욱 커 보입니다.

----달빛받은 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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