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집.
겨울이 다 가고 새 봄이 오는 마당에,그래도 따뜻한 남쪽나라 골프를 못하고 그냥 보내기가 영 섭섭하였다.
인터넷으로 여행사 상품을 살펴보다가, 남들 많이 가는 동남아나 중국을 피해 일본으로 갈 것으로 맘을 정하였다.
일본도 남들 많이 가는 규슈를 피하다 보니 시코쿠가 눈에 띠었다.
인터넷 검색에 "시코쿠, 골프"를 두드리니 온갖 좋은 이야기는 다 있다.
가깝고,따뜻하고,바람 없고,시골이라 인심 후하고, 온천 좋고........
그렇구나! 바로 여기가 주말에나 시간내는 사람들의 천국이구나!
직업상 주중에 못가는 친구들에게 인터넷에서 본 것을 마치 내가 다녀온 것처럼 떠들어댄 결과 부부 세쌍과 홀아비 한 명(사정상 부인 동반을 못하는), 총 7명이 모집되었다.
여행사 상품은 금요일 출발하여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54홀짜리와 36홀 짜리가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54홀짜리로 하고 싶었지만(가격차이가 별로 없다),이것은 오전 일찍 뜨는 비행기라서 인천공항에서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곤란하고, 여성들이 피곤해 한다고하여 36홀짜리로 정하였다.
가는 비행기는 15시 출발이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19시 출발이며
여행사에서 제시한 경비는 1인당 949,000원에,객실 1인 사용시 추가 200,000원이었다.
1인 추가 경비는 할인 받았다.
2.출발.
출발 하루 전에 여행사 직원이 전화로 말하길 , 아시아나 항공은 작은 짐 부치는 곳과 큰 짐(골프 채) 부치는 창구가 다르니 주의하라고 한다.
공항에서 그 말을 잊지 않고, 약은 척하며 골프채는 따로 큰짐 창구로 먼저 보내고 탑승권 주는 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표 받을 때 보니 골프채도 화물 표찰은 이 창구에서 붙이고 다시 가지고 가서 큰 짐 창구에 주란다.
부랴부랴 큰짐 창구에서 기다리는 친구를 불러서 골프채를 가지고 오라고 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나는 점보비행기를 고래라고 부르고 그외 비행기는 크기와 생김새에 따라 고등어, 꽁치로 부르는데, 마츠야마행은 꽁치였다.
좌석이 통로 좌우로 3석씩이 있는 날씬한 비행기이다.
기내식은 일본행이라서인지
메밀국수 조금(불었고 국물이 차며,맛이 없다.),김밥( 손가락 굵기정도 두 토막),밥 조금,풋 콩 삶은 것 두개,오렌지 쥬스,모나카 죄그만 것 하나.. 였는 데 무쟈게 맛 없다.
3 도착, 호텔 첫날.
입국 수속은 까다롭지 않았으나,입국 심사 공무원이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안 통했다.
꽁치에서 내린 사람은 일본인 10여명에 한국인 140여명 이었고, 그 중 골프채를 가지고 온 사람은 우리까지 10여명이었다.
공항앞에는 비행기 시간과 연계한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는 무료이지만(승차권은 출국 전에 여행사에서 준다) 호텔 버스가 아니고 에히메 현에서 운영하는 듯 하였는데,시내중심부와 "도고 온천"지역을 거쳐서 오쿠도고로 가기 때문에 약 1시간이 걸린다.
덕분에 시내 풍광을 구경할 수 있었다.
길은 간선도로나 샛길이거나 간에 대체로 좁다.
우리하고 달리 차가 왼쪽 통행이라서 , 앞을 보고 있으면 내차나 마주오는 차나 역주행하는 것같아 깜짝깜짝 놀란다.
번화가의 길은 중앙에 전차가 다니는 것이 특이하다.
양옆의 인도에는 자전거가 많이 다녔는데,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가는 아가씨들도 많다.
도고역 앞에는 장남감같은 기차가 서 있는데, 전시용이 아니고 현재 운행 중인 기차란다.
기관차를 포함 두량인데, 객차 한 량에 6인승인가로 보였다.
우리가 탄 버스가 도고 역 앞에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길래 어떻게 유턴할까 궁굼했는데, 버스가 커다란 맨홀 뚜껑처럼 생긴 곳에 올라가니까 그것이 360도 회전한다.
도로변에 두 곳인가 절이 보였는데 꽤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한국의 절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보였고, 일반 주택들 사이에 있었다.
내려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버스는 우리만의 전세가 아니었다.
길 옆에 공동묘지도 보였는데, 봉분은 없고 석물 뿐이다.
호텔에 가보니 프런트 직원이 역시 친절하기는 하지만 한국어도 영어도 불통이다.
오쿠도고 호텔은 마치 한국의 오래된 콘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프론트부터 우리 방까지는 거의 드라이버 거리여서 짐 끌고 가기가 힘들 정도다.
체크인 할 때 식권을 하루치 씩 주는데 전 일정 것을 한꺼번에 주지 않는다.
(나중에 한명이 식권을 분실했는데 군말 없이 다시 주었다.)
호텔식은 "바이킹구 요리"였다.
바이킹구 요리는, 뷔페식의 일본 표현인데, 왜 바이킹인지 정말 이상하다.
식당에서 일본술 한병 마시고,가지고 간 소주도 마셨다(소주 가지고 들어왔다고 뭐라 할까봐 물병에 옮겨 가지고 갔는데,그게 모자라 제 병에 있는 대로 마셨는 데 별 말이 없었다.)
호텔 온천은 호텔 유카타를 입으면 무료입장이었다.
평상복 입은 현지인은 입욕료를 내었다.
인터넷에 소문난 정글탕(올 때 셔틀 버스 기사도 졍글탕이 유명하다고 말하더만)에 갔는데, 온천탕 에 각종 나무를 심어서 숲을 이루긴 했으나, 아직 이른 봄이라서 잎이 무성하지 않았다.
어떤 표현에는 "압도 당하는..."이라고도 했으나, 그 표현은 과장이었고, 그 것을 그대로 인용하였던 나는,한 순간에 허풍쟁이가 되었다.
노천탕도 좁았으나 누워서 별을 보고 있노라니 기분은 좋았다.
욕장내에는 일하는 아줌마가 아무 꺼리낌없이 다니는데 일본이 처음인 친구는 기겁을 한다.
배정 받은 객실은 침대 방에 한 쪽에 다다미가 있는 방, 침대 방에 한 쪽에 응접 세트가 있는 방,그리고 호래비방에는 골방에 침대만 있었다.(호래비는 방을 보더니 싱글비용을 할인 받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침대는 더블이 아니고 트윈인데 침대는 작아서 불편하다.
방마다 유료인 냉장고 음료 외에, 뜨거운 물 보온병과 녹차 팩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것은 무료이다.
4. 2일차, 골프와 온천 그리고 음주.
역시 뷔페식인 아침을 먹고 호텔 버스로 골프장까지 가는데 승객은 우리 뿐이다.
20여분 걸렸는데, 길옆 산에는 귤 밭이 많았다.
귤이 떨어져 도로 옆에까지 굴러내려온 것도 있다.
골프장은 바닷가 쪽인데, 골프장이 가까워 질수록 바람이 세진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여 채를 내리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고,매우 춥다.
따뜻하고, 아열대 기후에 바람없고를 떠든 나는 다시 한번 허풍쟁이가 되었다.
채를 내려주는 캐디들은 아무리 젊게 봐도 40대 후반, 아니면 50대 중반이다.
클럽하우스는 낡았으며 로비는 매우 좁고 직원들은 친절하지만 세련미가 젼혀 없다.
시골이라 그런가, 용품매장도 시원찮다.
드라이버 몇 개, 공, 장갑...아이언을 봤던가 못봤던가... 살 게 없다.
골프 코스는 소문대로 각 홀마다 나무를 컨셉으로 하여 조경하였는데,
동백,매화,백일홍,야자수,목련,산 복숭아....등 으로 조경하였다.
백일홍은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 나무도 있었다.(꽃 필 때 왔더라면!)
동백홀이라면 처음부터 그린까지 양 옆에 온통 동백나무가 있는 식이다.
동백나무가 울창하여 공이 그쪽으로 가면 오비 아니라도 언플레이 볼 선언해야 할 정도이였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바다가 마주 보이는 홀도 있다.
잔디는, 러프는 마치 우리나라 금잔디 같았고, 페어웨이 잔디는 종류는 모르겠지만 암갈색이었다.
양잔디거나 아열대라서 푸른 잔디일거란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페어웨이 바닥에는 콩알만한 조개 껍데기가 많았고,벙커에는 더 많았다.
바람은 무섭게 불고 추웠다.
야자수 홀은 바람이 불면 그 소리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꽃피는 시절, 바람 없고 잔디 파랄 때 오면 정말 환상적일 테지만(꼭 다시오고 싶다), 오늘은 춥고 힘만 들었다.
이번에는 매화홀만 꽃이 피었는데 바람 때문에 감상을 제대로 못하였다.
하우스 욕장도 좁고 춥다.
역시 아줌마가 종종 걸음으로 정리하거나 청소하러 다녀서 첨 오는 친구를 불안하게 한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기사를 꼬셔서 콘비니(편의점)에 들렀다.
기사가 호텔 소속인지라 호텔에도 매점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을 어렵사리 꼬셨다.
생맥주랑 마른 안주랑 사서 한 보따리 들고 호텔로 돌아왔다.(이런 걸 호텔에서 사라구? )
호텔에는 주말이라 일본 관광객들이 왕창 들어와 있어 시끌벅적하다.
투피스 제복같은 옷을 입은 아가씨들도 7,8명씩 들어온다.(마사지 하는 언니 들이다)
저녁을 먹는데 사진기 든 아줌마가 와서 한 판 찍으란다.
얼마냐니까 한장에 100엔이란다.
싸구나 하고 찍었다.
저녁먹고 차나 한잔 하려고 찻집이라고 써놓은 곳을 찾아 별관까지 가봤는데,이크,요정이었다(요정씩이나 들어갈 처지는 아니다).
5. 3일차, 골프 그리고 귀국.
아침 먹으러 갔더니 식당 입구에서 어제의 사진사 아줌마가 사진을 찾으라고 하는데, 장당 800엔이란다.
어쩐지 싸다 했더니 꽤 비싸다.
800을 100으로 잘못 알아들은 내 잘못이 크다.
골프장 가는 길에 기사한테 날씨를 물어보니, 좀 춥겠지만 바람은 거의 없을 거란다.
좀 추워도 바람만 없으면 좀 낫겠지, 속으로 안심한다.
어제 콘비니에 들러준 게 고마워 기사한테 소주 (꼬마 병) 몇병 주니 매우 좋아한다.
첫 티 샷 전에 준비하는 캐디 아줌마(할마이?)한테 소주(여행용 작은것) 두병씩 주니까 입이 귀에 걸린다.
한 아줌마가 어디론가 가더니 귤4개 가지고 와서 답례한다.
어제와 달리 캐디가 9홀만에 바뀌는데,나중에 오는 캐디가 어제 그 아줌마다.
따뜻하지는 않았으나 바람이 안 불어서 좋았다(그래도 두어 홀은 바람이 불었지만).
귀국할 때 공항은 붐비지도 않는데 출국수속을 안해준다.
직원이 다른 팀의 입국수속중이란다.
시간이 다되어 출국수속을 하니, 여성들 화장품 살 시간이 빠듯하다.
6. 현지 비용
현지 비용은 다음과 같았다.
캐디피 1일 3500엔
카트 1500엔
골프장 점심
우동 1050엔,김치 400엔,청주 작은 것 1,000엔 ,돼지고기 정식 200엔, 덴뿌라 우동 1,350엔, 쇠고기(등심 3쪽) 정식 2,500엔, 쥬스 200엔 볶음밥 1500엔, 카레밥 1700엔,
호텔에서
일본술 (큰것:700미리?) 3150엔, 마른안주(매점) 630엔.
콘비니에서
생맥주 500미리 6캔 1620엔, 마른안주(호텔매점과 비슷한것,문어포, 조그만 오징어포)
200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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