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님,아버지,아빠

봄봄9 2010. 9. 21. 10:25

제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 아이들 거의가 <아빠>가 없었습니다.

아빠는 어쩌다 도회지에서 전학온 얼굴 하얀 아이들이나 쓰는 말이었고

우리들 대부분은 <아부지>였습니다.

도회지에서 온 아이들이 아부지보고 아빠 어쩌고 부르는 것을 보면

왠지 간지러운 기분이 들곤했었습니다.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주위에 아이들이 아버지라고 호칭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군대에 가있는 큰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부터 아빠라는 호칭을 못쓰게 하였습니다.

아빠라는 말은 젖먹이 때나 쓰는 말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나는 네 아빠가 아니다.

나는 네 아버지다."

단호하게 선언하고는 아빠라고 부르면 대답은 커녕 들은 척도 하지않았습니다.

호칭을 바꾸는데 두어 달은 걸린듯 했습니다.

호칭을 바꾸고나니, 저 스스로도 아들 대하기를 무게있게 하게되고

아들녀석도 좀 의젓해지는 듯 했습니다.(순전히 제 느낌입니다)

 

작은 녀석은 제 형이 아버지라하니까 처음 말 배울 때부터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막 말 배우는 녀석을 데리고 동네 가게라도 들르면

이녀석이 아버지 아버지 하면서 따라다니는 모습이.

가게 주인에겐 재미있거나신기해 보였던지 과자를 집어주기도 하였습니다.

 

 턱에 수염이 거뭇거뭇한 녀석들이 아빠 어쩌고하는 걸 보면

뭔가 덩치는 어른이고 정신은 유아인 듯이 보이는 것은 저만의 좁은 시각일까요?

 

제가 아버지라는 호칭을 고집했더니

<아버님>은 어떠냐는 녀석이 있길래,

"선친께서는 요즘도 정정하시냐?"하는 말과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오늘 인터넷을 훑어보다가

<등돌린 자식들 - 울고싶은 보통 아빠들>이란 뉴스를 보았습니다.

대강의 내용이

<아빠>들은 아이들이 성년이 넘어서도 보살피고,

죽어라하고 일만 하다보니, 어느새 아내와 아이들에게 돈만 바치고 소외된다는

우울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느정도 나이가되면 아빠에서 아버지로 바꿔 부르도록했으면

다큰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무작정 의지만하고 인정은 않는 일이 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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