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주는 말
이제 네 나이 열아홉이니 언행에 스스로 책임질 나이이고, 언어생활을 정확히 해야할 나이가 되었구나.
요즘 애나 어른이나 무심코 쓰는 말 중 잘못된 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만,
특히 조심해야할 세가지를 일러주마.
우선, 다른것을 틀리다고 표현하지 말아라.
너야 무의식적으로 다름을 틀림이라고, 남들 표현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겠지만
다름과 틀림은 분명히 구별하여야한다.
일상 언어생활 중 잘못된 부분이 많지만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
남과 의견이 다르다고 틀린것이라고 말하면 자기만 옳다는 독선과 편협함에 빠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론,네가 다름을 틀림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 틀렸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님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다름을 틀림이라고 반복하여 말하다보면, 무의식 깊은 곳에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그 생각이 굳어지게된다.
말은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지만,말은 다시 생각을 지배하게 된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그러므로 다름을 틀림이라고 말하는 습관은 잘못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한 것이다.
남의 말을 소리라고 하지 말아라.
남이 말하는 것을 잘못 들었거나,이해하기 힘들거나, 맘에 안들거나 할 때
많이 쓰는 말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흔히 말한다.
소리란, 아무 뜻도 없는 청각을 일으키는 공기의 진동일 뿐 언어는 아니다.
혀의 움직임과 입의 모양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가 그 소리를 내는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말이지 소리가 아니다.
그러니까 남의 말에 대하여 무슨 소리냐고 하는 것은 남의 말을 아무 뜻 없는 소음으로 취급하는것이 된다.
사람의 말을 입에서 나오는 소리-- 이 가는 소리,음식 씹는 소리,기침 소리.....로 들어서야 되겠느냐.
남의 말을 소리로 취급해버리면, 이미 그사람과는 대화를 않겠다는 뜻이 될 게다.
물론 "무슨 소리냐" 하는게 "무슨 말이냐"의 뜻으로 쓴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이 역시 반복되면 남의 말을 무시하는 습관이 생길것이다.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갓난아기의 옹알이도 어머니들은 그것이 무슨 뜻일까 하고 알아들으려 노력하고,
아니면 무슨 뜻을 부여해줘가면서 응,응하고 대꾸해 주지 않느냐.
그야말로 소리까지도 말로 알아들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하물며 제대로 하는 말을 소리라고 해서야!
남의 말을 소리로 듣지 말고 말로서 귀담아 들어야한다.
사람에 쓰는 말과 짐승에 쓰는 말을 잘 가려서 쓰길 바란다.
짐승에 쓰는 말을 사람에 쓰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을 짐승 취급하는 생각이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 밑바닥에 자리잡을것이다.
대가리,주둥이,이빨,모가지는 짐승에 대하여 쓰는 말이다.
이런 말을 짐승에 쓰면 비속한 말이 아니고 예삿말이 되는게다.
요즘에야 모두들 돼지 머리라고 하지,돼지 대가리라고 하는 경우를 못 보겠으니
돼지를 공경하여 사람과 맞잡이에 올려 놓은 것이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대가리니, 이빨이니 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니 사람을 짐승취급하고 짐승을 사람취급하는 말이 되었구나.
너라도 이런 말을 가려서 잘 썼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런 귀찮은 쓴소리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쓴소리....이것도 이미 듣기 싫은 말이라고 쓴<소리>가 되었나보다마는.
소주 한잔 얼큰해서 아들놈에게 하고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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